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협회 (협회Verein)
볼프강 하르트비히 | 푸른역사
12,600원 | 20221029 | 9791156122340
‘사람들의 모임’에서 ‘연합’, ‘결사’로, 그리고 ‘사회’로
협회 개념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통시적으로 살피다
‘Verein’,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하다
독일어 Verein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Verein의 어원은 12세기 독일어 vereinen(결합하다)이다. 서로의 ‘약속’이나 ‘연대’ 또는 ‘결합’을 뜻했고 14세기부터 사람들의 결합, 일치, 모임을 지칭했다.
종교개혁 이후와 근대 초기에는 종파를 초월한 제후의 연합이었고 18세기에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의 모임에서 시작한 Verein의 역사를 통해 ‘사회’, ‘국가’의 탄생 배경, 기능,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18세기 협회 개념, 연합 및 결사와 결합하다
18세기에 와서 협회는 제후와 귀족, 각급 국가들 간의 동맹을 뜻하는 연합의 의미로 쓰였다. 자연법적 국가이론과 사회이론의 전문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1790년대였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사회구성원의 결사는 다양한 측면에서 전개되었다. 교육ㆍ사상운동에서의 사적 연대, 혁명시기의 정치 모임, 민족-민주주의 청년의 협회 등이 그 사례다.
민족국가 수립기에 결사의 단위로 국가가 새롭게 부각되며 국가연합, 세계경제체제 등의 개념이 협회와 결합한다. 여기에는 계몽주의에 대한 확신과 영구평화라는 유토피아에 대한 지향이 투영되었다. 결사자들의 자발성은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협회, 연합 개념에 더 적극적으로 발현된다.
19세기 협회 개념, 사회로 수렴되다
19세기에는 연방, 연합, 연맹, 결사, 조합, 법인,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 무수한 유사한 개념과 거리를 두고 연합했고 종국에는 사회Gesellschaft로 수렴되었다. 연합과 협회는 시민사회의 구성 원리로 작동했고, 자유주의 이론에서는 국가도 협회의 하나로 보았다. 노동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노동자조직의 형태로도 협회가 등장했다. 1848년 이후에는 조합이 노동자, 중산층의 결사를 대변하는 용어가 되었다.
1850~1873년에 와서 ‘협회’는 비로소 시민사회, 산업사회에서 사회정치적 행동들의 조직형식으로 확립되었다. 협회의 분화와 확산은 시민사회와 산업사회의 구조 원리로 환원되었다. 협회 제도는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국가시민적 사회의 계급구조를 녹여버리고, 소유의 자유와 정치적 평등의 자유를 기반에 두고 건설된 국가와 사회질서의 진화적 발전을 보증해준다고 해석되기에 이른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협회 개념, 일상생활에 침투하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는 협회의 강한 영향력이 인지되었다. 막스 베버는 일상생활이 다양한 협회 안으로 완전히 침투해 들어왔다고 하며, 인간을 ‘협회인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에 협회는 다양한 종류의 지배를 돕기도 하며 실제적인 삶의 영위에 영향을 미치고 삶의 영위를 결정하는 사회적 매체로 규정되었다.
20세기에는 자유로운 개인이 협회를 구성하는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었다. 이때 협회는 문화ㆍ사회ㆍ정치 개혁운동의 조직형태로 자리잡았고 ‘대중문화’의 전달자로도 발전했다.